썬더볼츠
- Manager
- 5월 29일
- 2분 분량
히어로가 없는 세상, 그 자리를 채운 건 상처 입은 자들이었다
영화 썬더볼츠(Thunderbolts*) 는 지금까지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가 보여준 히어로 공식에서 과감히 벗어난다. 어벤져스가 사라진 공백 속, 국가의 이익과 통제를 우선시하는 비밀 조직은 또 다른 형태의 팀을 구성한다. 그들이 선택한 인물들은 영웅이라 부르기 애매하고, 악당이라 단정하기엔 너무 인간적인 존재들이다.
주인공이 아니라 '남겨진 자들'의 이야기
옐레나 벨로바: 나탈리 포트만 이후 블랙 위도우의 자리를 이은 그림자 속 암살자.
윈터 솔져(버키 반즈): 과거의 기억에 사로잡힌 병사, 스스로를 구속하는 죄책감.
레드 가디언: 시대에 뒤처진 영웅, 그러나 여전히 무엇인가를 증명하고 싶은 아버지.
존 워커: 미국의 또 다른 방패를 들었지만, 신념과 폭력 사이에서 길을 잃은 자.
고스트: 실험의 부작용으로 현실에 고정되지 못하는 존재.
태스크마스터: 과거를 잃고, 타인의 움직임만 기억하는 비극의 전사.
이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세상에서 밀려나 있었고, 이제는 국가가 설계한 또 다른 전장으로 호출된다.
정의가 아닌 임무, 연대가 아닌 통제
썬더볼츠는 전통적인 ‘히어로팀’이 아니다. 그들이 모인 이유는 자발적인 정의감이 아니라, 국가의 명령과 정치적 목적이다. 이를 기획한 인물 발렌티나는 이미 여러 MCU 작품에서 모습을 드러낸 조연이었지만 이번 영화에서 냉정한 설계자이자 새로운 시대의 권력자로 본격적으로 부각된다.
작품은 팀의 기원 뿐 아니라, 미국 정부의 이면, 권력의 도구로 전락한 슈퍼히어로의 그림자를 거칠게 드러낸다. 단순한 '팀 결성 영화'가 아니라, 히어로 산업과 국가 시스템의 충돌이라는 메타적 요소까지 건드린다.
"우리는 히어로가 아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싸우는 이유
이들이 싸우는 이유는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처음엔 명령이었고, 다음엔 생존이었다. 그러나 영화 후반부, 이 팀은 선택하게 된다. 자신을 다시 정의할 기회, 그리고 진짜로 누군가를 지킬 수 있는 순간을.
썬더볼츠는 정체성을 상실한 자들이 어떻게 다시 팀이 되는가를 그리는 이야기다.
마블 특유의 화려한 액션과 유머도 있지만, 이 영화는 감정선이 깊다. 실패한 선택들, 무너진 관계들, 다시 손을 잡을 수 있을까 하는 불신이 계속 교차된다.
영웅의 자격은 누가 정하는가
썬더볼츠는 우리가 ‘슈퍼히어로’라고 부를 수 없는 이들에게 묻는다.
"너희는 과연 누굴 위해 싸우는가?"
그리고 동시에 관객에게 묻는다.
"우리는 누굴 ‘영웅’이라 부를 자격이 있는가?"
부서진 과거, 불완전한 현재, 불투명한 미래.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모인 자들. 그들이야말로 지금, 가장 필요한 히어로일지도 모른다. 히어로를 꿈꾸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이다.
